밑줄로 보는 나
문구점에 들렀다가 ‘NOTE’라는 글자에 홀려 또 공책을 한 권 산다. 이제는 그것을 소비할 일도 없으면서 나는 아직도 흰 여백의 단아한 공책을 보면 자꾸만 사고 싶어지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노트의 푸른 여백에 나를 지나쳐간 시간을 적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일기(日記)라고 간단히 말해 버릴 수도 없는 지극히 사적(私的)인 시간의 기록, 그날 나를 스쳐간 사람들과 사물들은 무엇인지, 그런 것을 건조하게 노트에 노트해 보고 싶었다.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 양귀자; P88·
사 모은 노트들은 서랍 안에서 침묵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노트가 많이 쌓여 있으면 내게는 침묵의 부피가 그만큼 두툼하다고 여겨졌다. 내가 행하고 있는 수다가 과하면 과할수록 나는 더 많은 흰 여백의 노트를 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서 문방구에 가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새 공책한테 그토록 홀리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쨋거나 나는 아직도 노트에 나를 노트하지 못하고 있다. 이토록 노트당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 양귀자; P89·
그리고 종이로 된 영수증을 받습니다. 영수증을 꺼내어 시간과 가격,장소 위에 자신의 기록을 더해 갑니다. 그것을 살 때의 기쁨과 슬픔, 그날의 날씨,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한 사람들과 들려오던 음악에 관하여.
이러한 행동 뒤에 우표처럼 따라붙는 영수증들로 어떤 날에는 하루에 세개, 어떤 날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래서 세번 쓰고 한번 쉴 수 있는 글쓰기를 합니다.
·<RECEIPT,PLEASE> 정신과영수증; 정경아; P3·
될 수 있으면 이대로 젊고 세파에 시달리지 않은 채 조용히 살아가고 싶지만 그럴수는 없겠지.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각오하고 있다. 나는 어엿한 인간으로 어엿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될 수 있는 한 피부를 두껍게 해서 무슨 일에도 견대낼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혼자 있기 좋은날; 아오야마 나나에; P61·
나는 이런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일흔 살이 돼서도 말쑥하게 꾸밀 줄 알고, 자기만의 집을 가지고, 밸런타인데이에는 초콜릿을 사러 가고,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혼자 있기 좋은날; 아오야마 나나에; P171·
”딱히 존재감은 크지 않은데, 없으면 왠지 허전하잖아.”
·모닝; 쇼지 유키아; P48·
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모닝; 쇼지 유키아; P155·
‘아예 손댈 수 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손을 내밀기에는 근성이 필요한’
·세상의 끝이라는 이름의 잡화점; 다케모토 노바라; P26·
예, 나는 혼이라는 것의 존재를 믿습니다.
·세상의 끝이라는 이름의 잡화점; 다케모토 노바라; P38·
하지만 외로움은 피해야 할 감정 상태가 아니라 진지하게 탐구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해 온 나는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김태훈; P28·
오늘의 해가 지면 내일이 오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지만, 갑자기 뭔가가 잘못되어 내일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어제가 반복되는 듯한, 그런 아무 의욕 없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때가 있다.
·일요일의 엘레베이터; 요시다 슈이치; P55·
나쁜 습관 하나. 뭐라도 먹을 게 앞에 있으면 허기와 관계없이 습관적으로 계속 먹는다.
·멕시코 일요일 2시; 김재호; P284·
부모님은 내 방이 너무 더러워서 들어오기도 싫다고 하세요.
·(우울한) 해즈빈; 아사히나아스카; P114·
예전에 겪었던 창피한 순간이 떠오르면서 “으악!” 하며 비명을 지르거나, “정말 바보같아!” 하며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나를 사랑하는 법; 엔도 슈사쿠; P84·
“디카페인은 사절입니다.”
·빅피쳐; 더글라스 케네디; P37·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 말고 혼자만 좋아하는 것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좋다.
·옥수수빵 파랑; 이우일; P7·
몇 평 안되는 방에서 나는 혼자 잘논다.
·옥수수빵 파랑; 이우일; P37·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기로 유명한 나지만, 가끔씩 ‘이런 걸 지금까지 잘도 가지고 있었네.’하고 스스로 감탄할 때가 있다.
·이우일; 옥수수빵 파랑; P56·
맘에 드는 수첩만 보면 가지고 싶어 몸을 비비 꼬니까. 노트도 마찬가지다. 노트는 죽어도 안하는 주제에 잘도 사 모은다. 그러고는 겁나서 사용하지 못하고 책꽂이에 잘 꽂아둔다.
·이우일; 옥수수빵 파랑; P160·
집에서 슬프거나 따분할 때면 가볼 만한 곳이 공항이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것이 아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발레를 감상하러 가듯이 공항을 감상하러 가는 것이다.
·알렝드보통; 공항에 가기; P29·
정말이지 나한테는 도착 불안 증세가 있나봐요. 한참 밖에 나갔다 오면 내가 없는 동안 틀림없이 무슨 일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드 보통; P10·
왜 나는 늘 여덟 시간은 자야하는 걸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드 보통; P80·
비의 습기가 섞인 풀 냄새가 좋아.
·도키나와 코코로; 후리타 사유리; P91·